반응형
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를 보는 순간 제목부터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옆집 소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영화 제목이 어쩌다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로 바뀌었을까.

영화 초반 부에는 미국판 엽기적인 그녀를 보는 느낌이었다. 조지타운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았지만 실은 너무나 삶이 지루한 모범생 매튜 앞에 갑자기 나타난 미모의 여인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의 손에 놀아 나면서도 다니엘이 싫지 않은 매튜.

그러더니 갑자기 예쁘고 아름답던 다니엘이 포르노 배우란다. 그러면서 매튜와 다니엘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의 이야기다.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뭔가 이상한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뭔가 이상한 건 제목뿐 만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는 학생 앞에 나타난 포르노 배우 이야기라니, 게다가 졸업파티에서 다른 포르노 배우를 불러 나중에는 성교육 비디오라고 나오긴 했지만 성인물을 찍는 다는 발상도 사실 내게는 너무 낯설다.

이런 걸 기발하다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낯설어 하는 걸 보면 나도 벌써 구태의연해진 껄까..?

영화에서 나오는 살인 보다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졸업파티에서 찍는 영상물이 더 내게 문화적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영화였다.

그건 그렇고 과연 내게 혹 설령 포르노 배우일지라도 다니엘 같은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것도 되게 궁금하네


                                                &



  꽃피는 공중전화
                   - 김경주(대한매일 신춘문예 2003)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Commented by 뮤링 at 2004/11/11 00:33  
전 이 영화 재밌게 봤는데.. 꽤나 황당한 영화져..우리네 한국 남성들이라면.. 다니엘 같은 여자 쉽게 받아들이기 쫌 힘들겠져???? 아닌가??? 쩝..ㅡㅡa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4/11/11 08:36  
헤헤... 쉽게는 정말 힘들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좋아한다면이야 결국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반응형
반응형
움베르트 에코,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문화평론가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의 어떤 책도
접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영화 'Der Name der Rose, 장미의 이름'이 그의 책을 그대로
영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영화를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기독교인이었다거나
움베르트 에코의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다면 더 유심히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했다.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중세 기독교 수도원의 모습과 종교를 둘러
싸고 벌이는 일들이 나와는 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 같아서라고 말하면 적당히 둘러대는
변명이 되려나....

영화는 기독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만큼 색깔이 어둡다. 그러면서도
살인 사건과 종교, 그리고 각기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 또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생각할꺼리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 영화와 책을 두고 벌어지는 철학적 혹은 신학적 논쟁이라던지 결국은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데카르트의 중세 철학을 둘러싼 이야기들 같이 관심을 가져 볼만 한 다양한
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하지
않았나 싶다.


                                          &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 채 혜 주

1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나의 끝말도 처음말도 오로지 하나였다
눈뜨임도 깊었다.
밤도 깊었다
비, 안개속을 걸어
이마 짚고 가는 生의 빈 공간
긴긴 삶과
희망도 그리움도
돌아서 바라보면 한 장의 편지 같은 것
편지의 마침 같은 것
그리고 말을 하지
서 있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말
쓰러지는 그대만이 일어설 수 있다고
눈물 흘린 그대만이 울지 않으리라고.
2
꽃이 피는 사막은 어디인가
푯말 없는 곳인가, 싸늘한 들판인가
어디 하루쯤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닌가
모래 하얗게 마르는 나의 손 안에
밤, 밤마다
그대가 날리는 엽서 한 장
이 세상 한 뼘의 거리에서
그대를 본다
그대를 맞이한다.

반응형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로이, Troy  (0) 2004.11.12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  (0) 2004.11.09
바람의 검 : 신선조, When the Last Sword Is Drawn  (8) 2004.11.06
25시, 25th Hour  (4) 2004.11.04
바이커 보이즈, Biker Boyz  (0) 2004.10.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