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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문화평론가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의 어떤 책도
접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영화 'Der Name der Rose, 장미의 이름'이 그의 책을 그대로
영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영화를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기독교인이었다거나
움베르트 에코의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다면 더 유심히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했다.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중세 기독교 수도원의 모습과 종교를 둘러
싸고 벌이는 일들이 나와는 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 같아서라고 말하면 적당히 둘러대는
변명이 되려나....

영화는 기독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만큼 색깔이 어둡다. 그러면서도
살인 사건과 종교, 그리고 각기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 또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생각할꺼리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 영화와 책을 두고 벌어지는 철학적 혹은 신학적 논쟁이라던지 결국은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데카르트의 중세 철학을 둘러싼 이야기들 같이 관심을 가져 볼만 한 다양한
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하지
않았나 싶다.


                                          &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 채 혜 주

1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나의 끝말도 처음말도 오로지 하나였다
눈뜨임도 깊었다.
밤도 깊었다
비, 안개속을 걸어
이마 짚고 가는 生의 빈 공간
긴긴 삶과
희망도 그리움도
돌아서 바라보면 한 장의 편지 같은 것
편지의 마침 같은 것
그리고 말을 하지
서 있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말
쓰러지는 그대만이 일어설 수 있다고
눈물 흘린 그대만이 울지 않으리라고.
2
꽃이 피는 사막은 어디인가
푯말 없는 곳인가, 싸늘한 들판인가
어디 하루쯤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닌가
모래 하얗게 마르는 나의 손 안에
밤, 밤마다
그대가 날리는 엽서 한 장
이 세상 한 뼘의 거리에서
그대를 본다
그대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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