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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sara, 삼사라‘ 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생경스럽다. 굳이 알지 못하는 뜻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생경스럽다. 그런 제목의 영화를 본다는 것. 그것은 재수없게도 익숙하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이자 나는 대중스런 남과는 다르다는 자만에 근거한 우월감의 발로다. 그렇다고 이런 재수없음사실 그것만이 내가 이 영화 ‘Samsara'를 보게 한 건 아니다. 극중 페마라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종려시 Christy Chung 라는 배우 역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유 역시 재수없는 자만심과 도찐개찐이다. 종려시라는 이름을 자주 들어 보았음에도귀에 익숙한 것 같은 이름이면서도 정작 그녀가 나온 영화는 한 편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93년 미스 차이나에 뽑일 만큼 예쁘다는 지극히 수컷다운 생각이 다른 이유였으니까영화 선택에 큰 작용을 했다는 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는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라마교에 입문해 수도승으로 성장한 타쉬가 3년 3개월 3주 3일 이라는 긴 수행을 마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랜 시간의 고된 수행은 예상치 못하게 전에는 몰랐던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당황스런 결과를 낳는다. 그러다가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페마(Christy Chung)에 반하게 되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하고 아들 카르마(Karama)를 낳고 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사원에서만 살아온 타쉬에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페마와 결혼 하기로 되어 있었던 사내와는 부딪치기 일 수이고, 저울을 속이는 상인과의 거래를 거부하고 직접 도시로 가서 재배한 작물을 팔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통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하며 함께하지 않는다. 거기에 누군가 수확해서 팔아야할 농작물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타쉬는 자신의 부인 페마만을 보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했는데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수확 시기에 일꾼으로 고용하는 타국인 노동자 수자타와 관계를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거기에 사원에서 자신의 스승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타쉬는 종교에 다시 귀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부인과 아들 카르마를 남겨 둔 채 길을 떠나지만 사원으로 떠난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자 나는 우리나라 고전 소설 ‘구운몽’이 떠올랐다. 南柯一夢 남가일몽 이라 했던가? 육관대사의 수제자로 비범한 인물인 성진은 속세에 미련을 두고 속세에 환생하여 팔선녀와 더불어 갖은 영화부귀를 누리지만 그것이 한갓 허망한 꿈임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다는 ‘구운몽’을 뛰어 넘지 못했을 것이지만 영화는 내 기대를 뛰어 넘었다.

 바로 Christy Chung이 연기한 페마다. 야쇼다라가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누구나 다 안다. 야쇼다라는 싯다르타의 부인이다. 싯다르타가 타쉬처럼 어느 날 밤 그녀와 자식을 남겨놓은 채 떠난 뒤 남겨진 야쇼다라는 어떠했을지 페마는 타쉬에게 구구절절이 이야기 한다. 페마는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으며 타고난 현명함으로 항상 놀랄 만큼 바른 판단을 하지만 그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이런 슬픔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페마의 장면이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춘화를 보여주는 정도의 느낌에 불과했던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런 뛰어난 장면 덕에 이 영화 ‘Samsara'는 뛰어난 영화가 될 수 있었건 게 아닐까 싶다.



                            &



 그 대 에 게

           - 안 도 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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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여타 주변국으로 이루어져있다고 그저 알고 있었을 뿐 인 남미. 사실 생각해 보면 남미는 아프리카만큼이나 우리와는 먼 곳이다. 단순히 수치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다 말이다. 그리고 체 게바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체 게바라 평전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고 베레모를 쓰고 시거를 문 모습을 그의 모습을 그린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지금 말하려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는 결국 남미와 체 게바라에 대한 영화다. 그렇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그 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남미라고 느껴지는 건 평소 거의 접할 수 없었던 포르투갈어로 생각되는 익숙치 않은 언어와 그저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남미 스타일이 이런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면들뿐. 게다가 체 게바라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나면서 언급할 뿐이다.

 그럼 글을 시작하면서 꺼냈던 ‘남미’와 ‘체 게바라’를 잊어보자. 그럼 영화는 그냥 road movie일 뿐이다. 푸세와 알베르토라는 두 젊은 청년이 우리로 보면 국토 횡단하는 정도의 의미로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해 남미대륙을 횡단하려한다. 그러면서 아직 알지 못했던 여러 사회상과 남미 고유의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내적 성장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남미’와 ‘체 게바라’를 떠올려보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해 보면 1952년 두 명의 아르헨티나 열혈 청년 어네스토 게바라와 알베르토 그라나다는 여러 모로 팍팍한 상황에 처해 있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달랑 오토바이 한 대로 횡단하는 대장정의 길에 나선다. 8개월 동안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내밀한 여정을 통해 그들은, 낙후한 정치 사회적 문제로 신음하는 민중과 곳곳의 피폐함을 직접 목도하며 그 뜨거운 무엇을 서서히 느낀다. 그리고 급기야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되돌아보며 난마처럼 얽힌 나와 사회의 관계에 시선을 던지며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성찰은 푸세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혁명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체 게바라’로 이끈다.

 그러나 내게 이 영화 ‘The Motorcycle Diaries’는 개인적 관심이 ‘체 게바라’에 미친 적이 없어서인지 ‘남미’와 ‘체 게바라’라는 두 단어를 잊고 본 두 젊은 청년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는 road movie 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쉽게도 갖지 못했다.




                          &



          편        

                                - 황 동 규


내 그대를 사랑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것이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는 괴로움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그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할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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