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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MBC에서 상도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탤런트 이재룡이 주인공인 임상옥의 역을 맡고서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의 원작이 이 바로 이 책 소설 상도이다.

 소설 상도TV 드라마와는 달리 액자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작가의 직업을 가진 화자가 국내 한 재벌 회장의 죽음을 접하고는 그의 유품으로 나온 것에서부터 상인 임상옥을 알게 되고 임상옥의 일대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TV 드라마에서건 소설 속에서건 임상옥의 이야기가 그저전 앞선 시대를 살고 간 한 사람의 상인에 불과했다면 두 매체에서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말은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상도는 성공을 했다는 말인데 여기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임상옥의 일대기를 흥미있게 서술해 놓은 것 같지만 실은 임상옥의 장사 이야기만이 아닌 그 사람의 인생 철학과 고찰이 생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5권의 분량을 가진 이야기를 한 줄의 글로 집약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라 전체 이야기는 생략해 두고 책에서 나온 몇 가지만 떠올려 보면, 사람을 죽이는 것 칼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도 칼인데 그 칼을 사람을 죽이는지 살리는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말을 소설 내용 중에서 석숭 스님이 임상옥에게 말해주는 것과 또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말이 지금 떠오른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상()을 업()이 아닌 도()로 경지로 끌어올린 임상옥처럼 나 역시 과학(科學)을 科學之道 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이 외 수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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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홍글씨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의아함이다. 보통 기대치 이상의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그 이야기를 충분히 잘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와 그 배우가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그리고 엄지원 이라는 연기와 흥행 두 면 모두에서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연기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영화 주홍글씨의 관객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 그렇다.

 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내용을 크게 보면 어느 누가 보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스스로의 욕망으로 인해, 어긋난 사람이 결국은 치명적인 독처럼 퍼져 파멸하고 만다. 영화 속에서 내게 떠오르는 장면은 말도 안되는 코미디 같은 가희(이은주)와 기훈(한석규)의 트렁크 씬과 가희와 수현(엄지원)이 동성애자였음을 고백하는 두 장면이다. 트렁크 속에 갇혀 두려움에 걸규하는 기훈과 가희 그리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서로 나체를 탐닉하는 그들도 결국은 물리적인 더위에 이기지 못한 무능력한 육체를 가졌을 뿐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트렁크 씬과 가희와 수현 모두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기훈 생각이 결국 자신을 사랑한 건 애인이었던 가희이고 수현은 가희를 자신
에게서 떠나 보내지 않으려고 기훈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희와 수현의 동성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을 꿈꾸는 사진관 여주인 경희(성현아)의 욕먕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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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어리 장갑
                  - 오 탁 번

여름내 어깨순 집어준 목화에서
마디마디 목화꽃이 피어나면
달콤한 목화다래 몰래 따서 먹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
겨울에 손 꽁꽁 얼어도 좋으니?
서리 내리는 가을이 성큼 오면
다래가 터지며 목화송이가 열리고
목화송이 따다가 씨아에 넣어 앗으면
하얀 목화솜이 소복소복 쌓인다
솜 활끈 튕기면 피어나는 솜으로
고치를 빚어 물레로 실을 잣는다
뱅그르르 도는 물렛살을 만지려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
손 다쳐서 아야 해도 좋으니?
까치설날 아침에 잣눈이 내리면
우스꽝스런 눈사람 만들어 세우고
까치설빔 다 적시며 눈싸움한다
동무들은 시린 손을 호호 불지만
내 손은 눈곱만큼도 안 시리다
누나가 뜨개질한 벙어리장갑에서
어머니의 꾸중과 누나의 눈흘김이
하얀 목화송이로 여태 피어나고
실 잣는 물레도 이냥 돌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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