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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을 이야기 하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읽으면서부터였다. 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라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후 역시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와 요즘 고졸 대통령이 어쩌고 해서 시끄러운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정도가 생각나는 일본 관련 서적이다. 이어령의 책이야 워낙에 좋은 책이니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만하다지만 ‘일본은 없다’의 경우는 아주 편협한 관점에서 쓴 일본인 헐뜯기 정도의 아주 유치한 책이었다.

 이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일본에 관한 책이 지금 이야기 하려는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의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なぜ日本は沒落するか>(岩波書店)’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또 전여옥 수준의 가십(gossip) 정도의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풀어 놓는 시시껄렁한 일본인의 사담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제목에서부터 지나치게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보이는 책은 대체로 내용이 허접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를 보면서 역시 예외는 있구나하는 걸 새삼 깨달았다.

 책은 제목이 암시해 주고 있는 것처럼 일본의 몰락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체로 한 나라가 몰락한다고 하면 보통 경제력이 크게 약화되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일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런 일반론을 거부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이 몰락하게 되는 이유는 정치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치력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그로 인해 잘하고 있는 경제 역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여옥의 편협한 사담을 근거로 삼아 주절거리는 아주 책 같지도 않은 책을 떠올리며 이 책에서는 어떤 사실을 근거로 주장을 펼쳐 나갈까 매우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는 과거,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일본 학생들이 받게 될 교육을 가지고 50년 후의 일본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서 일견 교육을 가지고 앞을 예상한다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본의 기성세대의 경우에서 살펴보았다. 전전 세대와 전후 세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동시에 교육을 받은 세대가 사회의 중추가 되는 시점을 교육을 마친 후 약 30년 정도라고 가정하고 80년에부터 90년대의
일본에서 일어난 새로운 조류를 살펴봄으로써 교육의 상태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논리를 갖춘 차분한 어조를 사용함으로 글의 신빙성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이 그저 일본의 미래만을 말하는 내용이었다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겠지만 책에서 일본의 어두운 미래를 예측하는 지금의 일본의 교육이 일본을 쫓아가려고 애썼던 우리의 것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책을 보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 저자가 말하는 어두운 미래가 지금 우리나라 역시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신을 주장을 펼치는데 어설픈 감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세운 가설을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나가는 좋은 책을 간만에 본 것 같다.



 
                                             &





          결혼에 대하여
                                                             - 정 호 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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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정도 된 이야기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능 같은 시험이 끝나면 순위가 매겨지기 마련이고, 1등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회는 그 정도가 더 하다. 그런데 이런 1등들이 언론매체와 한 인터뷰를 보면 대체로 똑같았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착실히 했다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와 내 친구들은 그게 맞는 말이니 아니니하며 설왕설래 했지만, 아쉽게도 전국1등의 수준에는 도달해보지 못했으니 그 정말 그런지 알지 못하고 이런저런 추측만 할 뿐이었다.

 뭐하러 이런 말을 하는 가 하면 ‘맥킨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를 보고 나서 떠오른게 바로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했어요’ 정도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맥킨지라면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 중의 하나다. 잘은 몰라도 엘리트 중의 초엘리트급이 되야 입사가 가능하고 그런 만큼 컨설팅 비용도 엄청나고 컨설턴드도 많은 연봉과 자기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이 대상이 되는 회사가 맥킨지다. 그런 맥킨지에서 일하는 방식을 이 책에서 얘기해 준다고 제목에서 알려주니, 어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선 책을 다 읽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과서만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어요.”와 별반 다를게 없다. 뭔가 새로운 툴을 가지고 문제를 인식하고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대단한 걸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만 같았던 맥킨지도 경영학과 학부 정도만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을 내용 정도의 선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게 정말 사실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사실에 근거해 사고를 구조화 하고, 가설을 수립해 접근한다음 해결책을 찾아나라가는 정도니, 경영학과 학부 수준을 뛰어 넘는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럼 이 책은 그거 제목만 뻔지르르한 별 가치 없는 책인가? 비록 내 동생 같은 사람들은 이런 류의 경영학 책은 늘 당연한 것만 얘기하다가 끝난다고 불평하지만, 실제 일을 하고 하는 일이 뭔가 부족한 것 같거나 더 개선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은 걸 인지하고서 해결해 나가려는 단계 정도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책에서 말하는 사실해 근거에 사고하고 그 사고를 간결하게 구조화한 다음 적절한 가설과 해결책을 찾아 것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문제에 직면한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 대다수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면 한 번 읽어 봄직한 책이다.



                          &



   겨 울 나 기
                            - 도 종 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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