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치바나 다카시, 立花隆 지음 |
책을 읽어나가다가 보면 독특한 스타일의 책을 가끔씩 읽어 볼 기회가 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지식의 단련법 : 다치바나 식 지적 생산의 기술,「知」のソフトウェア’이 딱 바로 이런 경우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책에는 프롤로그가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책이든지 저자는 그 책을 저술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결과물이 출판단계에 이르게 되면 저자는 보통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자랑스럽게 혹은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프롤로그를 작성해서 책의 서두(書頭)를 장식한다. 그런데 이 책 ‘지식의 단련법’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프롤로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단번에 좋을 글을 쓰기 위한 정보 입력과 출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프롤로그가 없는 형식이 이 책을 독특한 스타일로 만든 것은 아니다. 보통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면, 저자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실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고, 자신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독자도 이야기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렇지 않다. 유명한 3층짜리 서재건물 고양이 빌딩이나, 한 번 집필에 들어가면 평균 500권의 관련도서는 섭렵한다는 저자이지만, 자신이 이 책을 통해서 펼쳐놓는 방법론은 저자만의 방법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이 다른 사람의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취사선택(取捨選擇)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목적 선행형 독서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 정독하며 효율울 높이되, 결국 결과물의 깊이를 떨어뜨릴 만큼의 효율 중시는 경계(警戒)해야 한다는 것이다. buckshot님의 글 ‘유독, 알고리즘’의 내용과 큰 틀에서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것 같았다.

스크랩 방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인쇄된 신문과 잡지 속 정보를 스크랩을 통해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인데, 개인적으로는 스크랩을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서 관념(觀念)상의 수긍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스크랩을 하는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복사기의 축소 복사기를 기능을 활용해서 바로 바인딩하는 방법을 잘 설명한 ‘성공을 바인딩하라 – 기적의 노트 3P 바인더의 비밀’을 함께 읽어 보고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신문과 잡지 정보 활용법 다음에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욕 타임즈 인덱스 사용이나 미국 의회 도서관의 전산화를 활용하면 정보 검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임을 설명한다. 이 책이 1984년에 출판되었다는 점을 가만하면 컴퓨터 활용에 대한 25년 전 저자의 판단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보다 Web 2.0 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컴퓨터 index나 복사기를 활용해서 정보 검색의 효율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은 현 시대와는 너무 동떨어진 설명이었다.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던 신문과 잡지 정보 정리와 활용 대신 무궁무진한 Web 세계의 정보나 PDF 형태로 작성된 보고서나 논문의 정리와 활용 같은 부분을 보충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개정판(改訂版)으로 나왔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보겠다. 먼저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쩨쩨한 근성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손해 보는데 그치지 않고 시간까지 손해를 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입문서를 여러 권 읽고서 중급서 그리고 전문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액정과 Bio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고 있데, 이번 기회를 통해 꼭 실천해 봐야겠다. 묻고자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질문의 중요성과 질문하는 방법 그리고 연표나 차트를 직접 작성함으로써 연관관계를 파악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저자는 언급한다. 아울러 글을 쓸 때 콘티 없이 소재를 모아 놓고 가만히 기다리면서 흐름에 맞추어 써나간다는 점은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내 경우와도 비슷한 것 같았다.
책에서 저자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새롭게 분류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지적 생산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것을 추상화하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면서 현실 속 정보를 바라보고 새롭게 분류 배열하면 된다는 말인데, 가지고 있는 정보간의 관계를 깊이 있는 시각을 바탕으로 분류하고 차트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논문을 작성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분명 그릇된 설명이 아닐뿐더러, 앞으로 자료 작성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회의 정신’의 중요성 대해 이야기한다. ‘회의 정신’이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에는 회의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를 이야기한 것이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 할 수 있어야 그릇된 오류의 함정에 빠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책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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