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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 Gordon Ramsay 지음 | 노진선 옮김 | 해냄출판사 | 20099




1. 슬럼프 그래서 더욱 큰 기대치

 

 요즘 가을을 타는지 슬럼프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잘 것 없던 빈털터리 인생을 꿈과 열정에 살짝 굽고 근성으로 완전히 익혀 성공하기까지라는 문구로 선전하던 책 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 Gordon Ramsay’s Playing with Fire’를 접했습니다. 매사 귀찮아 게으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열정과 근성으로 성공에 이르렀다는 선전 문구는 이 책이야 말로 슬럼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책장을 열자 마자, ‘누구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야만 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책에 대한 기대치를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필요한 것은 바로 고든 램지와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책을 읽어 나가면서


비록 세련되지 못한 표현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강한 갈망과 강력한 실행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같이 정제된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부류의 책을 선호합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읽어 나갈수록 제가 선호하는 부류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했습니다. 자극이 필요할 때는 정제된 언어보다 자극적인 언어가 더 좋을것이라고 한 생각은 그저 오판(誤判)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320쪽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 21()으로 나눠 놓은 것에서 미루어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 역시 깊이가 없습니다. 아울러 내용이 깊이가 모자란 만큼 책을 통해 저자의 폭넓은 사고를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자 책에 대한 기대치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의 말미에 기부를 비롯한 몇몇가지 저자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제 눈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의 주된 관심사는 많은 돈을 버는 세속적 성공입니다. 


 



3. My way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으면서 배운게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자인 고든 램지는 책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일하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그의 성공 목표가 제 경우와 다르기는 하지만 남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을 통해 성공에 이르렀다는 것은 분명 새겨둘만 합니다. 이상적 조건과 상황을 상정해 놓고,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기 위해 제가 변하려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린 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변화도 스스로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을 때야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4T13:15:0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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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타우츠, Jürgen Tautz 지음 | 헬가 R. 하일만, Helga R. Heilmann 사진 | 최재천 감수 | 유영미 옮김 | 도서출판 이치 | 2009 5

 

 

  1. 책 첫인상 : 그저그런 꿀벌 이야기

 

 사실 저는 이 책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PHÄNOMEN HONIGBIENE’을 두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 파브르 곤충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아류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꿀벌 생태에 대한 단순한 관찰을 바탕으로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냥 떠들며 지면을 채워놓았을 줄 알았습니다. 또 그도 그럴 것이 꿀벌 군락(colony)이 시공간의 물질과 에너지를 경영하는 자연의 가장 놀라운 신비라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과장의 냄새가 짙었고, 꿀벌을 곤충이라고 말하면서도 꿀벌이 포유동물의 모습을 보인다는 말은 대체 뭥미~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2. 경이로운 꿀벌 이야기


그런데 책에 대한 우려(憂慮)는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었습니다. 찬찬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마자, 단순한 관찰 사실을 늘어 놓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꿀벌의 진화와 생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첫 단원에서부터 세포(cell) 수준에서 얼버무림없이 논리적 전개를 통해 설명해 나갑니다. DNA와 세포 분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성을 이야기의 출발로 삼는 것에서 저자가 꿀벌 연구에 있어 진정한 대가라는 사실을 금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꿀벌 군락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속적이로 논의되는 것이 초개체로써의 모습입니다. 그 중 인상적인 꼽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세포생물에서 생식세포라는 특별한 세포가 유전물질을 전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초개체에서는 특화된 동물이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유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소수의 생식동물과 번식은 하지 않지만 개체군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다수의 개체로 이루어진 초개체가 탄생했다.  - 38

꿀벌 군락은 유성 생식을 하는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식 세포의 형통을 이어감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불멸하는 초개체 군락 내에 불멸의 생식 세포를 담아, 분봉을 통한 증식이 이루어지게 한다. 이런 방법은 초개체 꿀벌 군락의 생애주기를 단순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초개체를 불멸하게 한다.  - 53



   3.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읽고 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꿀벌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있습니다. 꿀벌의 탄생에서 시작해 의사 소통법을 포함한 특징, 짝짓기, 꿀벌이 부화되는 과정, 그리고 벌집의 구조와 특징 같이 폭넓은 시각으로 꿀벌을 바라보면서도 그 깊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단박에 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한 관측과 분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부분의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창발적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꿀벌의 생태를 통해 보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인간 사회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실린 꿀벌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꿀벌의 생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워낙에 잘 사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 과정에 있었을 엄청난 노력에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4. 아쉬운 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꿀벌의 생태나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만큼 쉽게 설명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설명의 깊이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것은 분명 저자의 탁월한 서술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책의 말미(末尾)에 이러한 장점이 조금 희석되는 감이 있습니다. 보통의 책이였다면 흠으로 보이지 않았을 문제이지만, 책 전반에 걸쳐 워낙에 쉽고도 자세하게 잘 설명해 놓은 터라 작은 티끌도 큰 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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