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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0T05:42:440.31010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8

 

 

1.     호감가는 제목, 말하기 강의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The Art of SPEAKING’을 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말하기 강의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서적을 포함한 어떠한 제품을 봐도 과장되고 자극적인 이름이나 제목이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손꼽는 시대에 말하기 강의라는 소소한 제목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라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실은 썩 잘하지 못하는 말하기에 대한 인식과 관심 덕분에 저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사회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또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관계성은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런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위의 두 놀이터 관찰 사례에서 보다시피 부끄러울 것도 자존심 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런 것이다.  - 21


2.     책을 읽어 가면서

 

 책을 읽어 나가다가 자신의 사례를 책에서 보면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할 때는 편안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과 단 둘이 대화할 때나 소집단 안에서 이야기할 때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따로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말하기에 대한 인식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법만이 만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절대시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유정아는 그런 우() 는 범하지 않습니다.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고 다른 것들을 배척하지 않는 열린 자세는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교정을 권고한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저런 가지를 쳐주는 것일 뿐,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 제시하기는 힘들다. 유창한 말솜씨, 정확한 발음과 힘 있는 목소리, 안정감 있는 자세, 적당한 말의 속도와 어조의 변화, 자신 있는 태도와 눈 맞춤, 유연한 제스처 등 우리가 훌륭한 화자의 특질이라 여기는 능력들은 화자가 이를 제대로 체화하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내용보다 말재주가 앞서 화려한 언변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경우, 이와 대조적으로 진땀을 흘리고 눈도 제대로 못 맞추지만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는가. 어떤 기준에 근거해 누가 말을 잘한다고 판단 하겠는가.   - 65



3.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하기 강의의 교재 입니다. 그래서 책의 중반부로 가면 교과서적인 서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하는 방식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고 누차 이야기하지만, 교과서적 단편성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강의를 위한 교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 시절의 에피소드나 말하기 수업 도중의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독자의 관심을 상기 시킬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의 어정쩡한 정체성에 놓이게 되는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수업은 자아를 생각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통이라고 하면 타인과의 소통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모든 소통은 자신과의 소통intrapersonal communication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흔히 소통은 타인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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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7T10:43:440.31010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8

 

 

1.    나오키상 그리고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


 비교적 책 읽기를 즐겨하면서도 일본 책, 특히 소설은 꽤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습니다. 읽을 만한 책도 많은데 굳이 일본의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덥지 않은 민족주의의 발로(發露)가 그 이유였으니, 일본문학에 대한 제 인식 수준은 말그대로 유치뽕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내 남자, 채굴장으로, 切羽와 같은 나오키상 수상작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치한 내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잘짜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제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 역시 나오키상을 매개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저는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いている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알고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장 소설에 청춘 소설의 얼개를 따르면서도 잘짜인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오키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상작은 다른 책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이 책 검은 빛, 을 읽게 해 주었습니다. 

 



2.    전작과의 완벽한 대비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읽은 작가의 전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사는 간세 대학 육상부 학생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가하는 과정을 밝고 신나게 풀어간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신작 검은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침한데다가 이야기는 불합리와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인간의 생사는 인간의 의지 보다는 우연에 따르며 폭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란 무릇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함이 당연합니다만, 이야기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마저 전작과는 완전히 책 속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3.    간략한 내용


 검은 빛은 노부유키, 미카, 그리고 다스쿠의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미하마섬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란 사이입니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먼 친척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늘 맞아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스쿠는 노부유키에게 의지하려 듭니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같은 나이로 중학교 2학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근래 들어 성관계를 가지면서 더 친해졌고 노부유키의 머리 속에는 미카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 쓰나미가 닥쳐 옵니다. 산사에서 몰래 만나려고 집을 빠져 나온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노부유키를 따라다니는 다스쿠를 빼고는 섬 사람들이 모두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바다 낚시를 나간 외지 관광객 야마나카와 다스쿠의 아버지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도 살아 남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카를 범하는 야마나카를 보고 노부유키는 미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목졸라 죽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부유키와 미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다스쿠 마저 노부유키가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노부유키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운에 맞겨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이런 것들에서 평온과 구원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이 죄()의 유무나 선동의 선악에 관계없이 폭력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단으로는 폭력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혹은 종교에서 구원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 당한 적이 없거나, 어지간히 둔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과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책 속 노부유키가 비웃는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그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정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 폭력에 대해 관심을 환기(喚起)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며 픽션(fiction)이라고들 합니다. 그 중에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경험을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책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유년(幼年)시절이 어떠했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어린 중학생들의 성욕(性欲)과 치정(癡情)살인 이야기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은 작가의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다스쿠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느 것을 보면 타인은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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