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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에 대한 글을 쓸 때 마다 매번 떠올리는 것이 바로 관람 후 바로 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풀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먼저 관람했던 것에 대한 감상문을 다 작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방패막 삼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번 글 후궁박빈처럼 약 관람하고서 10개월이 더 지나서 글을 작성할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그리고 이런 경우는 아무리 기억 속을 헤집고 다녀도 극의 전체적인 느낌 이상의 세세한 부분과 감상은 기대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기억 속에 숨어 있던 후궁박빈을 떠올리려 포스터와 극의 팜플렛과 그 속의 소개글을 뒤적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sexy 코미디에 대한 사전 기대였다한 때 대학로 공연들에서 선정성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관객 동원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공연 중 과다 노출로 설왕설래(說往說來)했던 것이 sexy 코미디라는 선전문구를 보고 떠올리곤 내심 과다노출에 대한 기대를 했었다거기에 무언가 선정적일 것만 같이 보이는 공연 포스터 또한 내 기대를 부추겼다.

 

 ..만고의 진리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연극 후궁박빈은 선정적인 극이라고 하기 보다는 궁중의 암투를 코믹의 요소를 빌려 표현한 블랙 코미디에 더 가까웠다.

 

 극의 큰 줄거리는 후사가 없는 임금의 이야기다그렇지만 거기에 생뚱맞게 흥부 가족이 나온다. 12자식을 낳은 흥부 처를 엉뚱하게도 후사가 없는 임금의 첩으로 들여 임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흥부 처를 처녀로 둔갑시켜 데려온 신하들이 자신의 거짓이 들러날 것을 우려해 흥부네 가족을 하나씩 죽이게 되고 결국 흥부 처가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아이를 낳자 흥부네 가족을 죽여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내용이다.

 

사실 극의 개연성(蓋然性)은 떨어지나 이 극 후궁박빈에서 개연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권력욕에 집착해 생긴 궁중의 암투가 생존을 위한 암투로 바뀌어가면서 궁중 사람들이 보여주는 우매함과 우유부단함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는 연속된 상황과 그 속에 등장하는 성적 묘사와 그를 둘러싼 일련의 코믹한 장면들이 이 연극 후궁박빈에서 볼 수 있는 재미다.

 

사실 기대했던 sexy 코미디에 미치기에는 그 선정성이 너무 부족한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비교적 블랙 코미디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점으로 이 극 후궁박빈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큼 극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논하기에는 2% 부족한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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