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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왜 역사책을 읽을까? 그간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옛날이야기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혹은 역사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역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랬던 내 부족한 역사의식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보면서 조금 바뀌었다. 역사를 통해 사람의 순리를 배울 수 있다는 뉘앙스 정도가 바뀐 부분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겪기 마련이고 역사는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앞선 부분도 조금 뒤쳐진 부분도 그것들로 인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추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는 작은 신생국가 로마가 세력을 확장하며 포에니 전쟁을 통해 원로원과 일반 시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카르타고를 물리치는 시련을 이겨내고 강력한 패권국가가 되고난 이후에 발생한 내부적 분열에 관한 이야기다. 흥망성쇠의 의미 그대로 원로원과 집정관과 시민집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계층 간의 불화를 극복하고 사회적 안정을 이루었던 로마가 위급한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원로원으로의 권력 집중이 종전 후에도 그대로 정책으로 존속하게 되면서 원로원의 권력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졌다. 같은 로마 시민이라도 원로원 계급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고정되어갔으며 전쟁의 거듭된 승리로 인해 광대한 토지와 값싼 노동력인 노예의 수가 늘어나면서 로마의 시민들은 자유경쟁에서 점차 떨어져나갔다. 결국 병역을 지지 않는 무산계급으로 전락한 그들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가면서 그들의 정신적인 타격은 커지고 사회는 점차 불안정해져갔다.

 여타의 국가였더라면 이러한 사회적 불안은 결국 나라의 멸망으로 종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을 텐데, 스스로 귀족의 계급에 속해 그 속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도 일신의 평온을 보장 받았을 그라쿠스 형제가 같은 인물이 등장해 승리를 쟁취함으로 인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통해 로마가 오랜 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실패함으로 내적 문제점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그래서 마리우스와 술라 그리고 폼페이우스에 이르기 까지 조선시대 우리나라의 당파 싸움에 비견될 정도로 서로 나뉘어 숙청하는 내적 분열을 겪게 된다.

 외부의 적에 온통 힘을 기울인 결과 내부의 적을 안게 된 로마, 이제까지 평형을 이루었던 모든 사회적 균형은 깨지고 5백 년에 걸쳐 이루어온 사회제도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된 로마의 이야기가 바로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 편이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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