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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 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보고 나는 사실 약간 위축되었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경제학은 저 멀리 있는 듯 싶은 학문인데, 거기에 불황이라는 단어가 먼 거리의 정도를 더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미삼아 보는 사람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를 외면한데 책을 보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언젠가 재미있게 봤었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와 비슷한 느낌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렉서스는 기술과 자본이 결합해 만들어 내는 상품의 대표 이미지라 할 수 있고 올리브나무는 영토나 민족을 나타내는 이미지라 할 수 있는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사이의 무게가 렉서스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것이 전체의 요지였다. 굳이 약간 덧붙이자면, 냉전 시대가 사라지고 난 후 홀로 자본주의만이 살아남았고 그 덕분에 황금 구속복을 선호하는 전세계에 흩어진 전자 투자집단의 힘이 특정 국가의 힘에 비할 수 없으리만큼 커지면서 렉서스가 더 중요시되고 그러면서 세계화는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었다 뉘앙스 였다.

 그런데 이 책 ‘폴 크로먼의 불황경제학’ 도 큰 틀의 뉘앙스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올리브와 렉서스’ 의 아류작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왜냐면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자기 모순으로 인한 문제점도 있었지만 아울러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전자 투자집단의 단초를 제공한 아시아의 금융 위기와 전자 투자집단의 최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주된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 책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은 제목만으로도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란 점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그래도 MIT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의 해박한 경제 지식과 거기에 필치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모습이 더 해져 어렵지 않은 논리에 명쾌한 설명 통해 천천히 책을 봐나간다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내심 ‘불황경제학’ 이라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대표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 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찬찬히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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