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극은 택시 기사 세 사람의 이야기다. 허름한 대포집에 앉아하는 농담 따먹기가 고작인 세 명의 택시 기사들은 오늘도 허림한 대포집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입만 열였다하면 여자 얘기에 허풍이지만 실은 겁 많고 소심한 진상과 열 여덟에 덜컹 낳아버린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기진 그리고 유일하게 대학물 먹은 덕에 문자를 써가며 이야기 하지만 결국엔 명예퇴직 후 택시를 운전하게 된 재범이 바로 그 셋이다.
직업이 택시 기사인지라 나름대로 거친 단어를 써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떠벌리는 그들. 그러나 진상, 기진 그리고 재범은 모두 살기 빡빡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소시민이다. 그런 만큼 모두 세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신세한탄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지만 지금 내가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슴에 묻어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그들도 모두 가슴에 사연을 앉고 살아가고 있다.
진상은 늘 허풍 치며 살지만 마음 속은 늘 무겁다.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서준 보증 덕에 한 번 써보지도 못한 빚이 계속 늘어나 늘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은 어린 고등학생과 원조 교제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열여덟에 낳은 딸을 키우느라 자신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사는 기진은 늘 그의 딸이 걱정이다. 피아노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유학도 가고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은 딸이 늘 가슴에 남아있다. 재범 역시 다를 건 없다. 대학까지 나왔지만 명퇴 당한 그가 할 수 있는 있는 별로 없는데다가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부인까지 부양해야 할 식구는 한 가득이다. 그런데다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모은 돈을 사기 당해 한 순간에 날려 버려 가슴이 무겁다.
그런데 이들의 고민들 결국은 돈이다. 남의 돈을 훔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의 절실한 현실과 경제적 압박이 결국 그들을 현금이 가득하다는 한 할머니의 집을 털러 가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낸 건 돈이 아닌 할머니의 시체다. 시체를 보고 놀란 이들 셋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익명으로 119에 신고하는데 뉴스를 통해 죽은 할머니의 이불 속에서 현금 3억원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안 될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며 푸념이다.
사실 극을 볼 때는 그냥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은 잘난 사람이거나 똑똑한 사람이거나 혹은 못난 사람이거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가슴엔 각기 다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걸 안고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나도 그렇고 이런 건 내 옆에 동료도 마찬가지리라.
반응형
'Theater & Perform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외로워도 슬퍼도 (0) | 2006.04.02 |
---|---|
[연극] 변성기 (0) | 2006.03.29 |
두드락, DoodRock (0) | 2006.03.14 |
[뮤지컬] ROCK애랑전 (0) | 2006.03.11 |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0) | 2006.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