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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anne Moore를 처음으로 눈 여겨 본 건 The Hours의 로라 브라운으로 나왔을
부터 였다.  차분하고 지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미지가 무척이나 강한 중년 배우로 깊은 인상이 남았었다. 

 그래서 영화 Laws of Attraction,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에서는 그 때의 이미지를 활활 털어버린 것이 내게는 너무 어색해 보였다. 바짝 붙여 빗은 머리에 늘 정장을 하고서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만 뭔가 들떠 있는 것만 같은 이혼 전문 변호사. 그녀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대로였다면 환경문제나 인권문제에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였을 것인데. 

그리고 또 다른 배우 Pierce Brosnan도 전작들에서 보이는 이미지와는 많이 틀리다. 깔끔한 이미지가 강한 정장은 던져 버리고 청바지에 자켓 혹은 거기에 느슨하게 메여진 넥타이가 그의 이미지다. 물론 그 역시 이혼 전문 변호사. 그렇지만 Julianne Moore와는 또 다르다. 그녀가 논리 정연하려고 하는 변호사라면 그는 풀어질 대로 풀어진 즉흥적인 변호사다. 이다지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래도 재판에서 패배를 모르는 일류 이혼 전문변호사다. 그런 그들이 티격태격하면서 결국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결혼에까지 이른다는 것이 영화 내용의 그냥 무난한 그냥 무난한 스크루불 코미디이다.

그렇지만 Julianne MoorePierce Brosnan 두 배우를 가지고 그냥 무난한 스크루불 코미디로 끝내는 건 좀 아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두 배우의 실제 나이도 그리고 영화 상에서 나이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손 쳐도 술김에 결혼이라니 그리고 다음날 그것도 또렷이 기억하지도 못한다니 도무지 우리 정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라고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내 생각에서는 그냥 이런 스크루불 코미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냥 편안히 즐기기에 그냥 무난한 영화 정도.


                                      &

어느 봄날의 꿈
                   - 김 승 동

라일락 향이
창을 기웃거리는 날이면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싶다
낯선 이름을 달아도 좋다
아니 이름이 없어도 좋다
열어보면 그저 뜨거운 눈물이 솟는
속절없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낮에 보아도 달빛이 서리고
밤에 읽어도 어둠이 빛나는
고적한 상상이 겨울 해 보다 긴
촉촉한 그리움 묻어 있었으면 좋겠다

유리창 가득
빗물 같은 기다림이 잠긴 커피숍에서
하루종일
누군가를 바라 볼 수 있는 지독한 희망이
희망이 아닌
또박또박 작은 글씨로 쓰여진
분홍색 얇은 편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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