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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저 그런 것 같을 뿐이었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가 5분 정도 진행되자 예전에 내가
봤었던 영화 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두 번 본다는 건 사실 내게 흔치않은 일이다. 아무리 감동적이건
재미었건 새로운 이야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 탓에 두 번 본 영화는
의도가 아니라 실수다. 그리고 이 영화 ‘Go'도 실수로 두 번 보게 되었다.

재일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재일조선인으로 산다는 것.
이 둘 다 나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것들이다. 그들을 고민하기 하기보다는
내 코 밑도 제대로 못 닦는 내 앞가림하기에도 바빴고 그저 재일한국인은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동포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이유로 정체성에 고민 한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사랑도 할 수 있는 일도 재일한국인이기 때문에
차별 받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어두운 톤의 색깔로 그러나
젊은 감성은 잃지 않고 잘 보여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는 우리정부는 하면서 드는 생각에 비해
그들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만큼이나 영화에서도 전혀
언급이 없는 점이 었다.

무거운 주제를 그래도 잘 표현한 영화 ‘Go'



                              &


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 문 신
때가 되면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허공에 헛된 꿈이나 솔솔 풀어놓고
나 하루종일 게을러도 좋을 거야
더벅머리 바람이 살살 옆구리를 간지럽혀도
숫처녀마냥 시침 뚝 떼고 돌아앉는 거야
젊은 스님의 염불 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낮에는 부처님 무릎에서 은근슬쩍 코를 골고
저녁 어스름을 틈타 마을로 내려가서는
식은 밥 한 덩이 물 말아 훌러덩 먹고 와야지
오다가 저문 모퉁이 어디쯤
차를 받쳐놓고 시시덕거리는 연인들의 턱 밑에서
가만히 창문도 톡톡 두들겨보고
화들짝 놀라는 그들을 향해
마른 풀잎처럼 낄낄 웃어보아도 좋을 거야
가끔은 비를 맞기도 하고, 비가 그치면
우물쭈물 기어 나온 두꺼비 몇 마리 앉혀놓고
귀동냥으로 얻은 부처님 말씀이나 전해볼거야
어느 날은 번개도 치고 바람이 모질게도 불어오겠지
그런 날은 핑계 삼아 한 사나흘 오롯이 앓아누워도 좋을 거야
맥없이 앓다가 별이 뜨면
별들 사이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칠 거야
그런 날이면 밤하늘도 소란스러워지겠지
그렇게 삶의 변두리를 배회하다가 내 몸에 꽃이 피면
푸른 동꽃[銅花]이 검버섯처럼 피어오르면
나 가까운 고물상으로나 팔려가도 좋을 거야
주인의 눈을 피해
낡은 창고에 처박혀 적당한 놋그릇 하나 골라
정부(情婦) 삼아 늙어가는거지
세월이야 오기도 하고 또 가기도 하겠지
늘그막에 팔려간 여염집 처마 끝에 매달려
허튼 소리나 끌끌 풀어놓다가
가물가물 정신을 놓기도 하겠지
그런 연후에 모든 부질없는 것들을
내 안에 파문처럼 켜켜이 쌓아놓고
어느 하루 날을 잡아 바람의 꽁무니에 몸을 묻어도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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