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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어느 곳의 어린이라도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는 다 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인어공주는 그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아니라 제주도 아줌아
고두심의 영화 속에서 젊은 시절을 가르키는 인어공주다.

 영화 속의 연순은 억척녀다. 길을 가다가 눈에 띄는 가구라도 하나 있으면
집으로 들고와야 성미가 풀리는 그렇게 억척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는 생활인
이다. 그러나 그녀의 딸 나영은 그런 엄마가 너무 싫다. 물론 답답한 아빠도
싫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그렇게 답답하고
억척스럽게만 살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빠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젊은 시절 엄마와 아빠를 만난다.
그런데 그 시절 아빠와 엄마는 지금과 너무나 다르다. 그야말로 낭만적인
엄마와 아빠를 본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본 엄마와 아빠.

 사실 이 영화 '인어공주'는 단 한가지만 빼고 아주 잘 만든 영화다.
그 아쉬움이 남는 한가지는 바로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이다.
내려오던 오토바이가 자전거로 바뀌고 포장된 길이 시골길로 바뀌며
과거 시점으로 넘어가는 것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영화 '인어공주'는 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다.


                                  &

 파장(罷場)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김 미 정

파 잎사귀 타들어가듯 타는 조바심으로
탈골된 시간들이 호명을 기다리는
영천 장 노전을 걷는 노을빛이 시렸다.
명패 하나 걸지 않고도 2대를 퍼질러 온
좌판머리 둘러앉은 싱싱한 저 사투리,
누구도 빈속을 채워 줄 주먹밥이 되지 못했다.
발길을 묶는 것은 허기만이 아니었다.
쭈그리고 돌아앉아 동전까지 셈하여도
무심한 그림자 끝에 밀려오는 현기증......
잃을 만큼 잃고 보면 오히려 가득해지는
오늘, 이 외상장부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취기를 감추는 눈에 별 하나가 꽃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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