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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쫓겨나다시피 기거하게 된 백담사. 그래서 어린 시절 내가
그런 사찰이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유명해진 백담사, 그 백담사에서 약 10㎞ 정도
떨어진 곳에 백담사 부속 암자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慈藏:590~658)
스님이 선실(禪室)을 지은 뒤,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함께 있는 도량이라는 뜻으로
관음암(觀音庵)이라고 하였다. 1445년(조선 세조 1)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이
이 곳에서 출가하였고, 1548년(명종 3) 보우(普雨)가 이 곳에서 기도하다가 문정왕후에
의해 선종판사로 발탁되었다. 1643년(인조 21) 설정(雪淨)이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름을 바꾼 데 따른 전설이 전하고 있다.

설정이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이 암자에서 키웠는데, 어느 날 월동 준비를 하기
위해 혼자 양양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 동안 혼자 있을 4세된 어린 조카를 위하여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조카에게 밥을 먹고 난 뒤 법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에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면 잘 보살펴줄 거라고 일러주고 암자를 떠났다.
그러나 설정은 밤새 내린 폭설로 이듬해 눈이 녹을 때까지 암자로 갈 수 없게 되었다.
눈이 녹자마자 암자로 달려간 설정은 법당에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는 조카를 보게 되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까닭을 물으니 조카는 관세음보살이
때마다 찾아와 밥도 주고 재워 주고 같이 놀아 주었다고 하였다. 그때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관음봉에서 내려와 조카의 머리를 만지며 성불(成佛)의 기별을 주고는
새로 변하여 날아갔다. 이에 감동한 설정은 어린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암자를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내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정채봉에 의해 오세암이란 동화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그 동화가 결국 영화 ‘오세암’으로 까지 나오게 했다.

사실 오세암의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근래 보통 접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사 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이 보통인데 평면적인 느낌의
림에다가 등장인물이고 등장하는 것들도 특별히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재미없는 애니메이션 또 하나 만들었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보는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비록 주인공 길손의 애니메이션에서
행동이나 그 목소리, 모두에서 과장됨이 보이긴 했어도 이야기가 너무나 진솔한 탓이었다.
좋은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결국은 그 이야기에 달려있다는 걸 다시금 보여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에 재치있고 뛰어난 그림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적어도 헐리웃 애니메이션의 준하는 정도의 그림이 되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관세음보살을 외며 성불한 5살의 길손이가 마음을 다해 엄마를 찾아 부르는
애니메이션 ‘오세암’


                                        &



  봄비 내리는 길목에서
                                   - 김 윤 진

와이퍼 도리질하며 달리는 차들은
숨을 쉬지 않는다
지나는 풍경들이 가버린 계절만큼
귓가에서 웅웅거리며 멀어져 가고
수면 위로 흔들리는 불빛은
기습적일 만큼 현란하다
매혹적인 봄의 거리에서
깊은 심호흡을 하면
나는 맨발처럼 가벼워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풀잎 기지개 켜고
바동대는 물줄기는
우르르 대지 위로 안겨든다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봄의 행진
어둠과 대립되는 흰빛이
물비린내 나는 빗 사이를 이탈하여
서서히 땅거미 지는
가슴 속 나지막이 속삭이는 꿈이 된다
그것은 비로소 환해지는
절절한 나의 바람 같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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