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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이건 사랑이야기’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나는 막연히 로맨스에 관한 소설이려니 생각했다물리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어지간해서는 소설책에 손이 가는 여유가 없는 탓에 흰 색 표지에 제목을 알리는 검은 글씨와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붉은 이 주는 깔끔한 시각적 모습만으로 그냥 소설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책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는 나를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깔끔한 표지가 주는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제목과 네 줄의 문장 그리고 삽화 하나로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버린 것이다이 예상치 못한 짧디짧은 내용이 당혹스러움의 전부가 아니다내용 역시 내가 생각했던 로맨스 소설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로맨스는 커녕 시작부터 신문을 읽는 남편에게 방해 되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자살하는 이야기다익숙하지 못한 형식에 예상치 못한 내용이 주는 당혹감으로 이 책의 첫 장은 시작되었다.

 

 서너 줄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단편 소설 정도의 분량을 가진 이야기까지 분량마저도 마치 미친년 찢어진 치마 모양 같다는 어감이 주는 것처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거기에 책 중간중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외설스러운 내용까지 물리학과 대학원생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 못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부자연스러움이 주는 흥미라고 할까책을 보는 도중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보수적으로 받은 교육 탓에 비교적 유연하지 못한 윤리관과 정형화된 사고에서 쉽사리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 주는 흥미가 은근히 쏠쏠했다사랑 이야기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던 부끄럽지만 아름답고 달콤한 이야기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운명의 엇갈림과 냉소 가득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결국은 이 책의 제목처럼 그렇지만 그런 것도 사랑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책을 다 보고 마지막에 적혀진 옮긴이의 말을 보고서 내가 익숙하지 못했던 책의 형식이 바로 콩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냉소 가득한 사랑이야기를 이 책 그렇지만이건 사랑이야기를 통해 볼 수 있긴 했지만그래도 사랑이야기에는 냉소보다는 관심과 애정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꽁트라는 형식 탓인지 진지하게 삶에 대해 생각하고 관조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던 탓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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