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생각 놀음: 붉게 빛나는 화성에서 SWCNT 촉매를 떠올리다
지난 주말 도서관에서 월간 『뉴턴』을 찬찬히 읽다가, “화성 표면의 붉은색은 헤마타이트(Hematite, α-Fe₂O₃)가 아니라 페리하이드라이트(Ferrihydrite, Fh)일 수 있다.”는 짧막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화성(火星, Mars)이 불의 별로 불리는 이유를, 철이 녹슬면서 생기는 산화철, 그중에서도 적철석이라 부르는 헤마타이트가 화성 표면을 두껍게 덮고 있기 때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붉은색의 근원이 헤마타이트가 아니라 페리하이드라이트일 수 있다는 게, 기사에 소개된 논문의 핵심이었습니다.

사실 “화성을 붉게 만드는 산화철이 헤마타이트인지, 페리하이드라이트인지”라는 질문은,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니라면 그냥 흘려듣고 말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예전에 물리학을 공부했고, 얼마 전까지 산화철(iron oxide)을 SWCNT 촉매로 써 보려는 시도를 한 가락이 있어서인지, 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페리하이드라이트는 헤마타이트랑 뭐가 다르지?”
그리고 곧이어, “헤마타이트 기반 촉매와 ferrihydrite 기반 촉매는 SWCNT 합성에서 뭐가 다를까?”
헤마타이트는 결정성이 좋고, 열적으로 안정하며, 이미 충분히 산화가 진행된 산화철입니다. 반대로 페리하이드라이트는 비정질/저결정의 iron oxyhydroxide로, 구조 내에 물을 포함하고 있고, 결함도 많은 형태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goethite나 hematite처럼 더 안정적인 상으로 서서히 변태하는, 말 그대로 과도기적인 산화철입니다.
보통 화성 이야기에서라면 화성 표면 온도와 습도, 물과 이산화탄소의 순환, 그리고 긴 시간 축에서의 산화/환원 환경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화성의 환경이 헤마타이트 보다는 페리하이드라이트를 형성하기에 더 적합하다 정도로 정리하고 끝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 머릿속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그렇다면 SWCNT 촉매 전구체로 쓸 때, 헤마타이트와 ferrihydrite는 실제로 어떤 차이를 보일까?”
Hematite 계열 Fe₂O₃는 결정질 구조라 CNT 합성 온도 영역에서는 입자가 쉽게 서로 뭉칩니다. 그래서 SWCNT 보다는 MWCNT가 나오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입자의 성장을 막기 위해 보통 사람들은 다공성 지지체(실리카, 알루미나 등)에 분산시키거나, Mo, S 같은 조촉매를 넣어 Fe 입자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아 SWCNT가 자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시선을 비정질 ferrihydrite 쪽으로 돌려 보니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Ferrihydrite는 일반적으로 Fe₂O₃·nH₂O 꼴로 표현되는 수화 산화철로, 화학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구조 안에 물을 품고 있습니다. 결정성이 낮고 입자 크기가 작아 그만큼 비표면적이 넓고, 표면에는 –OH 같은 기능기가 많아 화학적 반응성도 커보입니다. 언뜻 봐서도, SWCNT 촉매로는 헤마타이트 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비정질 구조와 높은 -OH로 Mo, S 같은 조촉매 금속 이온을 균일하게 섞을 수 있고, 저결정성의 특성으로 열처리/환원 시 작은 Fe 나노입자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구조수를 잘 활용하면 SWCNT 합성 시 생기는 비정질 탄소를 제거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비록 화성의 붉은 먼지를 보면서 SWCNT 촉매를 떠올리는 일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엉뚱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생각의 흐름을 이어질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제 뇌가 즐거워하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Ferrihydrite를 이용해 SWCNT를 합성해 볼 날을 기다려 볼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