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풍선기린
2009. 1. 24. 22:40
스테프니 메이어, Stephenie Meyer 지음 | 변용란 옮김 |북폴리오 | 2008년 12월
내가 이 책 ‘트와일라잇, twilight’을 읽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영화 ‘트와일라잇’의 성공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미국의 십대들이 그렇게 뱀파이어 물에 열광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책의 내용은 쥐와 고양이의 사랑이야기 같다. 이 책은 흡혈(吸血)로 인해 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뱀파이어와 그 뱀파이어를 유혹하는 채취를 가진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분명 뱀파이어라면 흡혈귀에다가, 낮에는 관에 누워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며, 십자가와 마늘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흡혈을 참을 수 있는데다가, 특별한 능력과 우아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을 뿐, 우리가 믿고 있던 약점 같은 것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이 책의 뱀파이어는 루마니아의 외딴 성이 아닌, 21세기 미국 땅에서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누리며 보통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간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에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생각나게 했다. 특히 서울시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과 엘리자베스(정려원)같은 예쁜 배우를 보면서 책에서 조각상 같은 뱀파이어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부문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벨라의 이야기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 둘의 사랑을 갈라 놓기 위해 다른 뱀파이어를 등장시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는 독자의 시선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서, 10대 여성 독자를 혹 하게 할만큼 감성적인 표현이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蓋然性) 전체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주 들었다. 책에서 가장 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고백하는 모습이나 에드워드 가족과 대립해 벨라의 피를 흡혈하려는 일당과의 충돌 장면이 너무 쉽사리 끝나버린다. 게다가 90년을 넘게 살았다는 에드워드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에드워드의 특출 난 외모에서 시작되는 벨라의 사랑에서도 깊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