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이야기

제목 : 어처구니 이야기
관람일시 : 6월 30일 7시 30분
극장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풍선으로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남자, 손행. 무엇이든 훔치고 부수고 때리기 좋아하는 여자, 재수. 이 두 사람과 네 마리의 애완동물, 그리고 동화작가 초동이 함께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소매치기를 마치고 돌아온 재수는 공원에서 열린 손행의 풍선 아트 공연을 본다. 손행의 지갑을 훔치려 접근했다가 되려 그의 마음을 훔치게 되는 재수.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손행은 그녀와 친구가 되기 위해 풍선으로 꽃을 만들며 그녀를 유혹하려 한다. 이 때 동화작가 초동과 그가 이끌고 다니는 네 마리의 애완동물이 등장하는데…
여기까지가 ‘그림 같은 뮤지컬 어처구니 이야기’의 프로그램이 소개하는 ‘어처구니 이야기’의 줄거리다. 소개글의 줄거리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소개글의 줄거리는 어딘가 2% 부족함을 사람에게 느끼게 한다. 그건 지금 공연을 다 보고 느낌을 적으려는 지금의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어처구니’를 그저 맷돌의 손잡이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분명 극의 내용 중에서 맷돌이 분명히 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웬걸, ‘어처구니’는 내가 알고 있던 맷돌의 손잡이만 있는게 아니란다.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붙어 있는 작은 조각상의 이름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이 극의 어처구니는 바로 그 조각상의 주인공들이다.
사실 사람들의 눈높이란 대개 비슷비슷해서 나를 제외한 관객들 역시 대다수 이 극에서 말하는 ‘어처구니’를 대게 알지 못했을 테다. 이런 점을 떠올린다면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이야기꾼이 있어서, 익숙하지 못한 등장인물과 그 이름이 가리키는 바를 설명해주면서 극을 진행해 갔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관람평을 몇몇 살펴보아도 역시 스토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여기저기 보이는 걸 보면 내 느낌이 그다지 억지는 아닌 듯싶다.
그렇지만 네 마리의 어처구니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각각의 동물을 세심하게 잘 연기하는 통에, 잠시 전에 기분 좋게 봤던 극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의 배경을 맡은 배우들과 약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공연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첫술에 배부르랴 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왕 할 일이면 처음부터 잘하면 더 좋은 건 당연지사다. 이런 의미에서 이 공연 ‘어처구니 이야기’는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무엇을 하던 어려운 법. 게다가 창작극이니 그 어려움이 더 하다. 하지만 앞으로 아쉬움을 차분히 보완해 가며 공연이 계속된다면 또 하나의 훌륭한 연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